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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

내안의 텃밭 - 토마토 심기

by 일잘러탐구생활 2021. 1. 25.

내안의 텃밭 - 토마토 심기

내안에 텃밭 키우기 세번째 글입니다. 

 

지난번에는 키우기 가장 쉬운 작물인 감자를 선택하여 실패? 한 사례를 말씀드렸습니다. 감자만큼이나 초보농부가 키우기 좋은것은 토마토 입니다. 전 토마토 중에서 방울토마토를 선택했죠. 딸이 좋아한 과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병충해가 적다는 점이 저에게 딱이더라고요. 

 

 


 

그럼 방울토마토를 키운 경험담을 설명해볼께요. 대규모 텃밭이 아니고선 모종을 사서 심게 됩니다. 모종이란 씨앗을 심어서 한 20센치미터 정도 키워 놓은 것입니다. 밭에 바로 심을 수 있죠. 저같은 초보자는 모종을 사서 심는게 좋아요. 저도 샀습니다. 노랑색, 빨간색을 혼합해서 사서 심었죠. 

 

비용적으로 접근해보면 5천원 정도면 대추 방울토마토(일반 품종) 씨앗 50개를 살 수 있습니다. 이 씨앗을 심으면 4~6주 정도 후 모종이 되죠. 씨앗을 개당 금액을 보면 100원 정도 될까요? 근데 모종은 1개에 천원입니다. 한 10배 정도의 수익이 남죠. 비싸게 구입하는 것 같지만 우린 50개 모종은 필요없어요~ 그만한 땅도 없으니까요. 바가지 쓰는 것 같지만 초보자가 건드릴 영역이 아닙니다. 기회비용 관점에서도 모종을 사는게 좋습니다. 

 

여하튼 모종을 사서 본격적으로 심어 봤습니다. 심고 다음날 가봤죠. 방울토마토 모두가 쓰러져 있네요. 다시 다음날 가봤는데도 마찮가지입니다.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말이죠. 그래서 물을 하루에 1번씩 듬뿍 줬습니다. 출근전에 들렸다 가기도 하고 퇴근후 들리기도 했죠. 1주일 정도 지났나? 그래도 방울토마토는 누워 있더라고요. 내가 잘 못심었나? 이때 블로그를 열심히 검색을 해봤습니다. 그랬더니 성장통이랍니다. 일명 방울토마토가 땅에 적응하는 시기라는 거죠. 1~2주 정도 적응기간이 있다고 하네요. 정말로 2주 정도 되니 누워있던 토마토들이 꼿꼿히 서 있네요. 

 

하지만, 제 토마토는 이미 반은 뿌리가 썩어서 고사됬어요. 적응기에는 물을 1주일에 2번정도 줘야하는데 전 너무 많은 물을 주어 뿌리가 땅에 자리잡지 못해 죽은 것이죠. 5개(만원)의 모종을 사서 다시 심었습니다. 나중에 알았지만 다시 심는다고 하더라고 이미 심는 시기를 놓쳐 수확량을 확 떨어지더군요. 우린 일이 잘못되면 책임자를 찾습니다. 찾아서 왜 그렇게 했는지 추긍해야 하기 때문이죠. 범인은 제 안에 있는 빨리빨리 유전자더군요. 직장생활 15년을 하다보니 이젠 빨리빨리 유전자는 저와 일심동체가 되어버렸나 봅니다.

 


 

대부분의 회사 일에서 빨리빨리 유전자는 직장인에게 득이 됩니다. 간혹 나쁜 결과를 가져오시도 하지만요.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사소하면서 중요한 포인트에서 빨리빨리는 나쁜 결과를 낳게 됩니다. 1주일을 공들여 쓴 보고서에서 오타 하나 때문에 고객에서 클래임을 받죠. 회사명을 다른 회사명을 쓴다거나, 대표자 이름을 다르게 썻다거나, 메일을 보낼때 동명이인에게 보내는 식이죠. 이 하나의 오타로 내가 쓴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는 신뢰성을 잃게 됩니다. 조심한다고 해도 한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죠. 이런 경우는 회사에서 비일비재합니다. 아무리 중요 체크 항목을 목록화하여 모니터에 붙혀놔도 일일이 체크하기는 어렵죠. 아니 빨리 메일을 보내야해서 잘 안보죠. 

 

또 승진은 어떨까요? 제 주변을 보면 빨리 빨리만 강조한 직원은 승진도 느리더라고요. 오히려 느긋하게 점검하고 점검한 직원이 승진도 빠르죠. 이런 직원들은 언 뜻보기에는 나보다 일을 안하는 것 같습니다. 바뻐보이지도 긴장하는 것 같지 않아서 꼭 회사에 와서 노는 것 같죠. 전 일이 떨어지만 바로 키보드에 손이 올라가는 반면 이들은 왜 일을 해야하는지 한참 고민 후에야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습니다. 그러면서 좋은 건 다가져니까 얄밉기도 합니다. 이들은 빨리에 대한 단점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. 어느 책에서 보니 좋은 기획서를 만드는 시간 투자는 고민이 80%, 작성에 20%를 투자한다고 합니다. 느긋함에 중요성을 나보다 먼저 알다니 저들이 한번 더 얄밉네요. 

 

방울토마토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데 우린 성장통 없이 바로 과일을 따 먹을 생각만하니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. 

 


 

이젠 느림이라는 치료약정기적으로 복용하면서 15년간 키워 온 빨리라는 지병을 치료해야 겠습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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